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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뇌개발(Brain exercise)/배경지식(Fundamental knowledge)

윤리와사상 - 2. 소피스트

by Philop 2023. 6.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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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와사상 두번째 시간이다. 오늘은 소피스트들이 주장했던 윤리설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한다.

함께 소피스트들의 시대로 떠나보자. 

-> 1편: 윤리학의 개념과 유형 바로가기

 

 

 

(1) 소피스트들의 등장

기원전 5세기경, 도시국가인 그리스 아테네에서 윤리적 사고가 철학적인 반성을 거친 형태로 등장했다. 왜 기원전 5세기의 아테네에서 그러한 사고가 등장하게 되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다양한 답변들이 있지만, 적어도 윤리적 사고의 등장이 당시의 정치적 상황, 페리클레스라는 정치가의 등장과 그가 실시한 민주정과 밀접하게 관련된다는 점은 명백하다.

 

페리클레스는 시민 계급 이상의 성인 남성들로 구성되는 민회를 통한 직접 민주정을 실시했다. 민회에서는 도시 국가의 중요한 정책, 법률의 제정, 재판의 판결과 형량 등을 다수결에 따라서 결정했다. 민주정의 실시가 낳은 직접적인 결과 중의 하나는 사람들이 점차 도덕적, 규범적 영역이 인위적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는 점이다. 사회의 규범을 결정하는 법률이나 규칙 등이 민회를 통해서 결정되면서, 사람들은 이것들이 불변하는 법칙에 따르는 자연이나 자연을 구성하는 물리적 대상과는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 것이다. 사회의 도덕적, 규범적 영역은 자연과 달리 '가변성'과 '인위성'을 지녔기 때문이다. 이러한 깨달음을 겪으며 이전의 자연 철학의 시대가 철학적 탐구의 대상으로 삼았던 자연과 물리적 대상이 아닌, 인간이 구성한 사회의 도덕적, 규범적 문제들, 더 나아가 그런 문제의 근원에 놓여있는 인간의 본질에 대하여 탐구하게 되었다. 이러한 기조의 전환을 아테네 철학이 자연(Physis)에서 인위(Nomos)로주제 변화를 시도했다고 표현한다.

 

직접 민주정을 실시한 아테네에서는 주장을 하고 타인을 설득하는 기술인 수사학, 웅변술, 논리학 등이 가치를 지니게 되었다. 때문에 이를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교육하는 지식인 집단이 등장하게 되었다. 이들은 자신의 능력과 기술을 이용하여 생계를 유지하면서, 점차 사회의 규범, 도덕, 가치, 더 나아가 이런 모든 것들의 근원이 되는 인간의 본질에 대한 철학적 성찰을 시도하게 되었다. 이들이 아테네를 대표하는 지식인 계층으로 성장하게 되었는데, 바로 이들을 소피스트라고 부른다. Sophist라는 말의 어원이 지혜를 의미하는 sophia인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처음에는 지식인, 교사 등의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들은 지나치게 현실적 문제들과 이익에 얽매이게 되면서 자신의 주장을 사람들에게 설득하여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동조하도록 만들면 곧 자신의 주장이 진리와 정의가 된다는 식의 태도를 보이게 된다. 따라서 보편적이고 객관적인 진리는 결코 존재하지 않으며, 모든 것이 상대적이라는 극단적인 상대주의에 빠지게 되었다. 이런 생각과 함께 변론이나 논리 자체도 반대를 위한 반대만을 늘어놓는 언어의 유희, 즉 궤변가로 타락했다.

 

이처럼 소피스트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부정적인데, 소피스트들 입장에서는 다소 억울할 수 있다. 소피스트들이 남긴 저술이 직접 전해지지 않으며, 그들의 이론은 철저히 그들에 반대되는 입장을 취하고 그들을 공격했던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술을 통해서 우리에게 전해지기 때문이다.

 

 

 

 

(2) 소피스트 대표 인물: 프로타고라스(Protagoras)

소피스트 중 가장 대표적 인물이며 나름대로 상당한 철학 이론을 구성했다고 평가되는 인물로 프로타고라스를 들 수 있다. 그가 남긴 유명한 말은 인간은 만물의 척도이다. 존재하는 것에 대해서는 그것이 존재한다는,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그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척도이다라는 문구다. 이 말은 일반적으로 소피스트의 상대주의적인 세계관을 잘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아래와 같은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첫 번째의 해석은 인식론적인 측면에서의 해석이다. 프로타고라스의 말에 따르면, 어떤 것의 존재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결국 각 개인일 뿐이다. 각 개인이 경험하는 바가 그 자신의 존재의 세계와 그가 믿는 바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각 개인의 경험이나 신념을 비교, 평가할 수 있는 어떤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기준은 존재하지 않으므로 존재와 인식, 경험에서 상대주의적인 관점에 이르게 된다. 각자가 경험하는 현상을 통하여 각자가 자신의 세계관을 구성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두 번째의 해석은 가치론적인 측면에서의 해석이다. 모든 것의 의미와 가치는 내가 나의 필요와 욕구, 상황 등에 따라서 주관적으로 부여하는 것일 뿐이며, 이런 측면에서 나는 모든 것의 가치와 의미의 척도가 된다. 이 주장은 결국 나의 필요와 상황, 욕구 등과 무관한 어떤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가치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이어지면서 가치론적 측면에서의 상대주의로 이어진다.

 

세 번째의 해석은 사회 규범적인 측면에서의 해석이다. 이는 두 번째의 해석을 더욱 확대한 것으로서 나에게 영향을 미치는 가치 체계는 내가 속한 공동체의 가치 체계이며 상대방에게 영향을 미치는 가치 체계는 상대방이 속한 가치 체계라고 보는 관점을 제공한다. 그리고 이런 관점은 나와 상대방의 가치 체계를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 되는 제 3의 어떤 객관적인 도덕 체계는 존재하지 않으며, 어떤 개인이나 공동체와는 무관하게 항상 참이라고 할 수 있는 절대적이고 불변적인 가치 체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윤리적 상대주의로 이어진다.

 

 

 

 

(3) 소피스트 상대주의에 대한 플라톤의 비판

 

프로타고라스에 대한 이런 해석들은 그의 상대주의적인 입장을 잘 보여준다. 하지만 이런 상대주의에 대한 비판이 바로 플라톤에 의해서 제기된다. 플라톤은 대화편 <테아이테토스>에서 만일 모든 진리와 가치의 기준이 각 개인에게 달려있다면, 각 개인이 판단하는 것이 항상 그에게 참되고 옳다면 어떻게 프로타고라스 자신이 교사로 활동하며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가르칠 수 있겠는가? 왜 사람들이 많은 돈을 내고 그에게서 무언가를 배우려고 하겠는가?’라고 말함으로써 프로타고라스가 다른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가르치는 활동 자체가 그의 상대주의와는 모순을 일으킨다는 지적을 한다. 상대주의를 철저히 적용할 경우 상대주의 자체가 객관적인 진리성을 확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4) 소피스트 상대주의의 흑화: 트라시마코스(Thrasymachus)

소피스트들이 지니는 상대주의적인 가치관이 부정적으로 극단화된 경우로서 도덕의 무의미함, 모든 도덕적 가치의 부정 등의 반도덕적인 경향을 보이는 대표적인 인물로 트라시마코스를 들 수 있다. 그는 대화편 <국가>1권에서 소크라테스와 격론을 벌이는 인물로 등장한다. 그에 따르면 어떤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정의(Justice)의 개념도 존재하지 않으며 오직 권력이 선과 옳음을 만들어내며, 따라서 정의란 강자의 이익 외에는 다른 어떤 것도 아니라'고 주장한다. 사회에는 강자와 약자의 분류가 있는데 누구나 강자가 되면 자신의 이익을 선과 정의로 규정하고 이를 약자에게 강요할 수 있으며, 따라서 강자가 원하는 바 또는 그들 자신의 이익이 곧 정의이고 오직 이 사실이 도덕의 본질을 규정한다는 것이다.

 

그는 더 나아가 어차피 객관적인 정의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므로, 강자가 되기 위한 모든 수단과 방법이 정당화될 수 있다고 주장함으로써 극단적으로 타락한 모습의 상대주의를 선보인다. 부정할수록 더 많은 것을 얻게 된다면 우리는 얼마든지 부정을 저질러도 무방하며, 이를 통하여 강자가 되면 이전의 부정은 곧 정의로 변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도덕적 현실이라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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