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코로나19 유행 초기에 매점매석 행위를 한 혐의를 받는 마스크 판매업체와 대표 A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대법원 2023도2836). 대법원은 피고인들에 대한 유죄부분을 모두 파기하고, 원심이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해야 한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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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왜 재판에 넘겨졌을까?
자초지종은 이렇다. 때는 코로나19 발병 초기 단계인 2020년 초, 정부는 보건용 마스크와 손소독제의 매점매석 행위를 규제하는 고시를 만들었다.
당시 고시 제5조는 '매점매석행위여부 판단기준'이라며 아래와 같이 규정하고 있었다.
A씨는 2020년 1월 1일 이후 신규로 영업을 한 사업자임에도 마스크를 매입한 날부터 10일 이내 반환·판매하지 않아 기소됐다. A씨는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2019년 1월 1일 이후 신규로 영업을 한 사업자'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맞섰다. 언제 신규로 영업을 시작했는 지가 재판의 쟁점이 된 것이다.
하급심 판결은 어땠을까?
1심은 A씨의 다른 혐의까지 인정해 벌금 800만원을 선고했다.
2심(원심)에서 A씨는 벌금 500만원으로 감형받았지만, 영업 시작 시점 관련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원은 여전히 해당 업체가 2020년 1월 1일 이후 신규 영업을 했다고 판단했다(부산고법(창원) 2021노373).
2심은 "A씨 회사가 2019년 12월 31일 이전 마스크 재고를 보유했거나 마스크 매출을 발생시켰다고 볼 자료가 없는 이상 2020년 1월 1일 이후 신규로 영업을 한 사업자에 해당한다"고 했다. 영업의 범위를 다소 좁게 해석한 것이다.
대법원의 판단은?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영업'은 해당 사업자에게 실제로 판매 또는 생산의 결과가 발생한 경우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자가 직접적·구체적으로 판매 또는 생산행위에 착수한 경우는 물론 객관적으로 보아 판매 또는 생산을 위한 준비행위를 한 경우라면 널리 이에 포함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원심과 달리 '영업 준비행위'까지 영업의 범위에 포함된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은 또 물가안정법 위반으로 A씨를 처벌하려면, A씨의 매점매석 행위가 '폭리 목적'이 있었음을 검사가 엄격하게 증명해야 한다고 했다.
대법원은 "물가안정법 제26조, 제7조 위반죄는 초과 주관적 위법요소인 '폭리 목적'을 범죄 성립요건으로 하는 목적범"이라며 "'폭리 목적'은 고의와 별도로 요구됨은 물론 엄격한 증명의 대상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폭리 목적'에 대한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다"며 "A씨가 고시 제5조에서 정한 매점매석 행위를 했다는 사실만으로 폭리 목적을 추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A씨 회사가 2019년 5월 '방진마스크, 보건용 마스크'에 대해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 경쟁입찰참가자격을 등록한 점 ▲의료기관에 판매 광고 문자메시지를 발송했을 당시 제시했던 판매단가 역시 당시의 마스크 시장가격과 별다른 차이가 없는 점 등을 제시하며 "A씨가 2019년에 영업을 시작했을 가능성이 있고, '폭리 목적'과는 상당히 배치되는 정황이 있다"고 판시했다.
요약
- 고시 제5조의 '영업'은 객관적으로 보아 판매 또는 생산을 위한 준비행위를 한 경우도 널리 이에 포함된다
- 물가안정법 제26조, 제7조 위반죄는 초과 주관적 위법요소인 '폭리 목적'을 범죄 성립요건으로 하는 목적범으로, '폭리 목적'은 고의와 별도로 요구됨은 물론 엄격한 증명의 대상이 된다. 고시 제5조에서 정한 매점매석 행위를 했다는 사실만으로 폭리 목적을 추정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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