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유머'는 좌파 성향 네티즌들이 주로 활동하는 한 인터넷 커뮤니티다. 국가정보원 대변인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종북 사이트라는 것이 따로 있는 게 아니지만, 오늘의유머가 종북세력이나 북한과 연계된 인물들이 활동하고 있는 가능성이 많이 있는 공간으로 본다"고 답했고, 이 발언은 그대로 기사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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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유 운영자 A씨의 반격
A씨는 이러한 국정원 대변인의 발언이 사실을 적시한 명예훼손적 표현으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 국정원이 2009∼2012년 오늘의유머에서 이른바 '댓글 공작' 활동을 벌여 손해가 발생했다며 2015년 12월 국가와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하급심 결과는?
1심은 해당 발언이 오늘의유머가 '종북 사이트'라는 오명을 입었다고 볼 수 없고, A씨에게 재산적·정신적 손해가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댓글 공작 관련 손해배상 책임도 인정하지 않았다(서울중앙지법 2015가단5381624).
2심도 댓글 공작 관련 손해배상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해당 발언이 단순한 의견표명이 아니라 사실을 적시함으로써 A씨가 쌓아 올린 명성·신용 등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침해하는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봐 불법행위에 따른 정신적 손해를 일부 인정했다. 그러면서 "국가는 A씨에게 1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서울중앙지법 2019나32162).
대법원, 원심 파기환송... "다시 심리하라"
그러나 대법원은 이달 4일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국정원 대변인의 발언이 사실을 적시한 것이 아니라, 오늘의유머에 대한 광의의 정치적 평가 또는 의견표명으로 볼 여지가 많다고 했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에 해당하려면 일단 해당 발언이 사실을 적시한 것이어야 하는데, 단순 의견 표명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해당 발언의 내용이 유보적·잠정적 판단이고 '종북'이라는 표현의 뜻을 객관적으로 확정하기 어렵다는 점을 근거로 댔다. '종북' 표현이 매우 다양하게 사용돼 시대적·정치적 상황 혹은 관점에 따라 의미와 이에 포함되는 범위가 유동적이고, 일반인의 이해와 표현 상대방이 된 사람의 인식 내용 역시 가변적이라는 것이다.
대법원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갔다. 설령 해당 발언이 사실 적시 발언이라고 하더라도, A씨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종북'이라는 표현이 사용됐다고 해서 특정인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단정할 수 없다"며 "그 표현으로 인해 객관적으로 특정인의 평판이나 명성이 손상됐다는 사실이 증명돼야만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당 발언이 지칭하는 대상이 운영자인 A씨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A씨에게 사이트 이용자의 정치적 성향 등을 이유로 이용을 임의로 제한하거나 허용할 권한 등이 있다고 볼 수도 없다"며 "해당 발언으로 인해 A씨가 쌓은 객관적 평판이나 명성이 손상됐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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